SK에코플랜트, 회계 위반 '중과실' 결론에 만기 회사채 차환 부담 가중될까
입력 2025.09.22 07:00
    만기 사모채, 차환 대신 현금 상환 결정
    향후 조달 여건도 녹록지 않을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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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에코플랜트가 9월 만기 예정인 1800억원 규모 사모사채를 보유 현금으로 상환하기로 결정했다. 통상 기업들이 만기 회사채에 대해 차환 발행으로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현금 상환을 택하는 것은 이례적인 사례다. 

      회사는 올해 상반기 시장성 조달이 많았던 점을 고려해 현금 상환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내년에도 만기 물량이 상당한 가운데,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받은 회계 기준 처리 위반 '중과실' 결론이 향후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오는 9월 만기가 도래하는 사모사채는 제169-1회 500억원, 제172회 600억원, 제178회 700억원 등 총 1800억원 규모다. 회사 측은 "보유 현금 등을 활용해 상환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행 환경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현금 상환은 이례적이란 평가다. 

      현금 상환의 배경으로는 올해 SK에코플랜트의 시장성 조달이 많았던 점이 첫 손에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2월 3000억원, 7월 26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했고, 5월에는 사모채 1000억원을 조달했다. 

      반기 내 두 차례 공모채 발행은 흔치 않은 사례로, 하반기 재차 시장 조달을 추진하기에는 투자자 피로감이 있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1800억원을 현금으로 상환할 여력은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상반기 공모채 발행은 과거 차입 부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SK에코플랜트는 2020년 이후 환경·에너지 신사업 확장을 위해 굵직한 인수·투자를 이어왔고, 그 과정에서 차입이 급격히 늘었다. 과거 조달 자금이 올해 만기로 돌아오면서 상환 수요가 집중된 셈이다. 순차입금은 2021년 말 2조3000억원에서 2년만인 2023년 3조3000억원으로 43% 증가하기도 했다.

      내년에도 비슷한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SK에코플랜트는 내년 1~2월 제180-3회 1280억원, 제181-2회 630억원, 제182-1회 960억원 등 총 2870억원 규모의 공모채 만기를 앞두고 있다.

      향후 상환 과정에서 증선위의 '중과실' 결론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지가 변수로 꼽힌다. SK에코플랜트는 금감원으로부터 미국 연료전지 자회사 매출을 과대 계상해 연결 재무제표를 허위 공시했다는 혐의를 받았고, 증선위는 지난 10일 회의에서 고의는 아니지만 이를 중과실로 판단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회계 문제는 채권 투자자들의 신뢰를 직접 흔드는 사안"이라며 "투자심리 위축으로 공모·사모 모두에서 조달 여건이 악화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8월 자회사 리뉴어스·리뉴원·리뉴에너지충북 지분을 사모펀드 KKR에 매각하며 일시적 숨통을 틔웠지만, 한국신용평가는 여전히 1조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RPS)와 1조70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부담이 남아 있다고 평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SK에코플랜트는 올해 유독 만기 물량이 몰리면서 상반기부터 시장을 자주 찾을 수밖에 없었다"며 "다만 앞으로는 회계 위반 여파로 조달 여건이 위축될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유동성 확보와 재무 부담 완화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고 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