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면적 구속력' 도입 속도 내지만…'조정=판결' 구조, 소비자보호 역행 우려
입력 2025.09.25 07:00
    김현정 의원 법안 발의…대선 공약 법제화
    소송 부담 줄여 소비자 권익 강화 취지
    "분쟁조정, 판결처럼 굳어져 소비자에 불리" 우려도
    금융사 대응, 행정소송 전환 가능성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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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를 명분으로 국회에서 '편면적 구속력' 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소액 금융분쟁에서 금융회사가 금감원 분쟁조정 결과를 의무적으로 수용하도록 해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실무단에서는 조정의 유연성이 사라져 오히려 소비자 친화적 해결이 약화될 수 있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는 평가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현정 국회의원이 소액 금융 분쟁 사건에 편면적 구속력을 도입하는 내용의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하면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편면적 구속력 제도화가 정책 논의의 전면에 등장했다.

      편면적 구속력은 소액 금융분쟁에서 금융회사가 분쟁조정위원회의 결정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취지는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다. 금융소비자들이 소송 비용과 절차 부담 없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길을 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장 반응은 미묘하다. 편면적 구속력 도입 시 금융회사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 없기 때문에 금융소비자보호원이 사실상 '무소불위' 권한을 갖게 될 거란 지적이 나오는 반면, 실무단에서는 오히려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실제 금감원은 지금까지 분쟁조정 과정에서 법리적으로 다소 부족하더라도 소비자의 억울함을 감안한 조정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다. '조정'이라는 성격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게 금감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편면적 구속력이 법제화되면, 금감원은 법원처럼 정치적·여론적 부담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법률적이고 기계적인 판단에 치우치면서 오히려 소비자 권익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감원 한 관계자는 "금감원은 법률적인 부분과는 다소 무관하게 소비자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리는 측면이 있다"라며 "그러나 금감원의 행위가 법원 판결처럼 편면적 구속력을 갖게 되면 적극적으로 행동할 여지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금융회사들의 대응 방식도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는 조정안 수용을 거부하면 금융회사들이 소비자를 상대로 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한다. 제도가 바뀌면 금융회사가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거는 형태로 전환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즉, 법률적 다툼의 문은 여전히 열려 있어 '분쟁 종결'이라는 제도 도입 취지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금감원을 상대로 한 행정소송 제기 가능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편면적 구속력이 법률상 효력을 갖더라도 금감원 처분에 대한 위법성을 다툴 여지는 열려 있다는 해석이 있는 반면, 민원인이 조정을 받아들이면 재판상 화해로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과를 내기 때문에 행정소송으로 다툴 여지가 없다는 해석도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자보호 강화를 내세웠지만, 금감원이 눈치를 보게 만들고 소송 절차만 번거로워질 수 있다"며 "실무에서는 실익이 크지 않은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